한국 서핑의 시대가 오다

웨이브 파크, 국내의 후원, 끊임없이 성장하는 여성 서퍼들, 

지금이야말로 한국 서퍼들이 떠오르는 때



필자: 성수진 (Sue-Jean Sung)
번역: 성수진, 성혜성
이 기사는 2023년 2월, 서프라인(Surfline)에 영어 초판이 게재되었음.



‘한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무래도 서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BTS, ‘기생충,’ K-BBQ 같은 문화적으로 거대한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테니까.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해안은 대체로 바위투성이고, 한국 주위의 여러 나라들로 인해 대양에서 육지 방향으로 들어오는 파도의 에너지와 스웰이 종종 막히기 일쑤이다. 

 

그렇긴 하지만, 멋진 파도를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서핑을 할 수 있는 최상의 파도가 단지 30분 정도밖에 없다고 해도 한국 서퍼들의 넘치는 의욕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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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간의 서핑을 위한 최적의 파도에 아무도 타지 않고 있다, 기사문 해변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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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찾아온 이틀간의 겨울 파도에 서퍼들이 몰려들고 있다, 부산 송정 해변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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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겨울바다에 완벽한 모습을 드러낸 에이프레임 파도, 하조대 해변 (사진 moo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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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 보이는 모습으로 완벽한 행파이브 기술을 선보이는 박수진 선수는,

 믿기 어렵겠지만 나이가 41세이며 서핑을 시작한 지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은 프로 롱보더이다 (사진 성수진)



31세에 서핑을 처음으로 시작해서 8년 뒤 프로 롱보더가 된 박수진 선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한국 서퍼들 대부분은 파도가 좋은 곳을 찾아서 전국의 끝에서 끝까지 달려갑니다."



한국에서 최근 서핑이 더욱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데에는 팬데믹과 도쿄 올림픽, 그리고 2020년에 개장한 웨이브 파크의 덕분이기는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서핑은 이미 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대 초, 부산에 기반을 둔 서미희 대표는 여러 윈드서핑 대회에서 메달을 휩쓴 후 윈드서핑 전문매장을 열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없던 어느 날, 한국계 호주인 서퍼가 숏보드를 타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바로 그에게 달려가 서핑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니 자세히 말해 달라 간절히 부탁했고 그것이 바로 한국 서핑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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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시절의 서미희 대표는 발리 같은 사시사철 서핑이 가능한 곳에서 끊임없이 연습했다 (사진제공 서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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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해변이 보이는 본인의 서핑 매장에서 서미희 대표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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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대단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서미희 대표 (사진 성수진)



서미희 대표는 한국 서핑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발리와 같은 해외의 여러 곳을 수차례 다니며 실력을 쌓았고 한국 본토와 제주도, 일본에서 열렸던 많은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윈드서핑을 가르쳤던 서미희 대표는 그때부터 서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국 텔레비전 방송에서 서미희 대표의 화려한 경력과 서핑 강습 및 대여 사업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서핑에 대한 문의전화가 쇄도했고 수요가 급증했다. 이나라 선수와 이상문 서퍼는 모두 서미희 대표가 운영하는 서핑스쿨 출신이다. 현재 이상문 서퍼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전업 셰이퍼 중의 한 사람으로 Moon Shapes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나라 선수는 2022년 ISA World Surfing Games 4일차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나라 선수의 어머니 서미희 대표가 운영하는 부산 송정의 서핑학교에는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트로피가 가득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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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Shapes를 운영하는 이상문 쉐이퍼는 모든 공정을 혼자 맡아서 작업한다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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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로 숏보더이자 서미희 대표의 딸인 이나라 선수가 뛰어난 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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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희 대표의 송정 서핑 매장의 곳곳에 트로피들이 보인다

(사진 성수진)  



최근에 웨이브가든에서 만든 시흥의 웨이브 파크 (Wave Park)는 미래의 서핑 인재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천 국제공항과 서울 도심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인공 서핑장이다 – 오른쪽 파도, 왼쪽 파도, 화이트워시, 허리 높이의 부드러운 파도, 머리 높이의 날선 파도, 배럴 등 서핑을 위한 여러가지 파도 유형이 모두 준비되어 있다.


웨이브 파크에서는 질서가 잘 유지된다. 매번 인공 파도가 일어날 때마다 한 사람씩 순서대로 파도를 타고, 안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13년 차 베테랑 서퍼이자 한국 서핑 영상에 많은 기여를 해 오고 있는 수중 촬영 기사 김동기 씨는 “자주는 아니지만 최상의 스웰이 한국 올 때는 수많은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자 바다로 달려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요즘 바다보다 웨이브 파크에서 서핑을 더 많이 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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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혼돈. 웨이브 파크에서 서퍼들은 언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반면,

박수진 서퍼는 자주 가는 바다에서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것 같이 복잡한 상황에 종종 처하게 된다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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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파크 코치 3인: 조수아, 김민수, 김준호 (사진 성수진)



웨이브 파크는 개장 이후 조수아, 김민수, 그의 동생 김준호 등 재능 있는 서퍼들을 코치로 고용했다. 웨이브 파크의 코치이자 프로 롱보더인 김준호 서퍼는 “실제로 많은 젊은 부모님들이 서핑 강습을 받고 서핑의 매력에 빠져서 자녀들에게도 시도해 보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김민수 코치는 “레슨을 받는 남녀 비율은 기초강습이나 레벨업 강습 모두 비슷한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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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년 전에 서핑을 시작한 웨이브 파크 코치 조수아 서퍼가 섹션을 통과하면서 로깅을 하고 있다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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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선수가 수많은 인파와 추위 속에서도 서핑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성수진)



서핑에 있어서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박수진 선수, 개척자인 서미희 대표, 젊은 세대의 재능을 보여주는 이나라 선수 같은 여성 서퍼들을 마주하면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는 여성 인물들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본다. 어쨌든, 국내 서퍼들은 서핑의 치솟는 인기와 한국 문화 전반에 흐르는 남다른 추진력과 탄력성, 그리고 서핑에 관련한 지원과 지속적인 확장을 감안할 때 언젠가는 World Surf League Championship Tour에서 루키가 태극기를 휘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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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형 서퍼가 광복절을 맞이하여 태극기를 들고 보드의 노즈로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 moo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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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출신의 어린 프로 숏보더 카노아 팔미아노는 로컬브레이크에서 프리서핑을 하면서 후원 스티커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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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파도를 본다면 주차장에서 서두를 수 밖에 없다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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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날에 찾아온 최상의 파도 (작가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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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희 대표의 매장 앞에서 한 서퍼가 매끄러운 물살을 가르며 멋지게 서핑을 하고 있다 (작가 성수진)



국내에서 후원이 늘어나고, 해외로의 서핑 트립은 점점 더 가능해지고 있으며, 크지는 않지만 에너지 넘치는 서핑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웨이브 파크에서든 바다에서든 한국 서핑의 미래는 앞으로 점점 밝아지고 있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한국은 언젠가오징어 게임보다 서핑으로 많이 알려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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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의 변덕스러운 롱보드 명소인 다대포 (사진 moodi)







* 본 기사는 Surfline과 성수진님의 동의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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