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들에 익숙해지고 파도를 잡기 시작했다면 이제 턴을 시작해야 할 때다. 우리가 흔히 ‘사이드 라이딩’ (영어인데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이다)이라고 얘기하는 그린웨이브를 타는 과정도 결국 첫 번째 턴, 즉 바텀턴을 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턴이 없이 바로 옆으로 가는 것 같아도, 사실 얕은 바텀턴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첫 방향 전환에 성공하여 파도의 깨지지 않은 면, 즉 그린 웨이브를 타기 시작하면 우리의 보드는 (역주행을 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의 위치보다 상대적으로 파도의 힘이 약한 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더 이상 나와 보드를 밀어줄 수 없을 만큼 힘이 약한 지점에 다다르면, 힘들게 가까스로 잡아낸 파도에서 시작된 우리의 소중한 라이딩은 비로소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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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의 시작, 사이드라이딩


하나하나가 귀한 이 파도를 좀 더 오래 즐길 수는 없을까? 해결책은 바로 턴에 있다. 힘이 약한 지점으로, 아니면 닫힐 것 같은 지점으로 치닫고 있는 나의 보드를 돌려, 다시 힘이 충분한 지점, 즉 파워존으로 돌아가거나, 닫히지 않는 면으로 진행 방향을 바꾸면 우리는 같은 파도를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보드의 방향 전환, 즉 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복잡한 원리보다는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편하도록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사실을 먼저 정리해 드리겠다.




첫 번째, 서프보드는 기본적으로 피벗으로 회전한다. 즉, 컴퍼스처럼 회전축을 중심으로 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피벗(회전축)은 무엇일까? 그렇다. 당연하게도 우리 보드의 테일에 달려있는 핀이다. 이 피벗, 즉 핀 이 없거나, 보드의 한가운데 달려있으면 어떻게 될지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회전은 하겠지만, 노즈와 테일의 구분이 없이 뱅글뱅글 돌 것이다. 핀 이 테일에 위치한 덕에 우리는 우리가 진행하려는 방향, 즉 노즈의 방향을 정하여 움직일 수 있다. 파도가 없는 잔잔한 날 보드를 들고 바다에 들어가서 보드 위에 올라가지 말고, 손바닥으로 보드의 방향을 바꿔보자. 보드의 어느 부분을 눌러서 돌리는 것이 가장 적은 힘으로 손쉽게 돌아가는지 실험해 봤을 때 가장 잘 돌아가는 부분이 우리가 보드 위에서 턴을 할 때 중심을 올려 두어야 하는 위치이다. 그리고 정답을 미리 말씀해 드리자면 테일 위, 즉 ‘핀’ 위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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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의 회전축, 핀


두 번째, 턴을 통해 보드의 진행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반대쪽 레일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테이크오프 후 첫 번째 바텀턴으로 진행 방향이 정해졌을 때 파도에 맞물려 있는 레일이, 턴과 동시에 다른 쪽 레일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사실 파도에 실려가는 것 이상으로 사람이 어떤 인위적인 움직임을 시도한다면, 이 모든 움직임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우리가 ‘레일-투-레일’이라고 부르는 한쪽 레일에서 다른 쪽 레일로 옮겨가는 과정이 수반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 결국 우리가 하려고 하는 턴이 이 레일이 바뀌는 과정을 얼마나 적절하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완성도가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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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과 동시에 다른 쪽 레일이 물에 잠긴다


자, 위에 언급한 두 가지가 이해되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 테일을 정확히 밟고 피벗턴을 하는데도 턴이 그리는 아치가 너무 크거나, 보드가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경우 확인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두 발의 스탠스이다. 뒷발이 정확히 핀 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앞발이 보드의 미드에 가깝게 있다면, 즉 뒷발과의 간격이 너무 넓다면, 우리는 보드가 그릴 수 있는 이상적인 회전반경으로 돌지 못한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프보드의 로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서프보드는 노즈 로커와 미드 로커, 그리고 테일 로커로 구성이 되는데 이 중, 곡률의 변화가 제일 적은 구간, 즉 제일 플랫 한 구간은 미드 로커이다. 이 로커가 적은 플랫한 구간을 적게 쓰면 적게 쓸수록, 우리는 턴을 하기에 이상적인 테일 로커의 곡률로 아치를 그릴 수 있겠지만, 양 발의 무게가 모두 테일 위에만 있으면, 진행 중인 서프보드에 강한 힘의 제동이 걸려 보드가 멈춰 서게 된다. 그렇다고 앞발을 속도를 내기 좋은 미드에 많이 두고 있으면, 우리가 회전을 하면서 그리게 되는 곡선에 미드 로커의 플랫한 로커가 많이 포함되어 결국 더 큰 호를 그리게 되거나, 턴에 실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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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위치, 간격에 따라 로커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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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여 보드의 로커를 활용하자


스탠스도 적당하고 뒷발의 위치도 좋은데도 턴이 느리거나 답답하다고 느끼는가? 이제 번째 언급했던레일--레일 떠올려 때다. 직진 운동 중인 보드의 방향을 돌릴 때는 테일의 로커를 이용한다고 이미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테일의 로커가 가장 저항 없이 작용하려면, 보드의 어느 부분이 관여해야 할까? 그렇다. 레일이다. 레일이 턴에 관여하지 않는 상태, 테일의 바텀, 면이 수면에 많이 닿아 있을수록, 보드를 돌리려고 저항이 크고, 테일 로커의 곡선을 제대로 활용할 없다. 반면에, 보드를 기울여 턴을 하려는 레일이 물에 잠길수록 잠긴 레일이 가진 곡선, 테일 로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럼 테일은 어떻게 밟고, 보드는 어떻게 기울일까? 발뒤꿈치에, 또는 발가락에 힘을 주어 보드를 까딱까딱 움직이면 될까? 그렇게 해서 가능하다면 턴이 좀 쉬울 뻔했다만, 애석하게도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아니,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쁜 자세가 몸에 습관으로 남을 수도 있다. 서핑의 자세에 발에만 힘을 줘서 해결되는 건 잘 없다. 테일을 밟을 때에도 무릎을 서스펜션이나 스프링처럼 사용하여 충분히 누르고, 누르고 난 후 튀어나오는 보드를 잘 받아주어야 하며, 서프보드를 기울일 때는 몸 전체를 기울여 원하는 각도를 만든다. 몸을 기울이면 넘어지지 않냐고? 기본적으로 턴은 보드가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하고, 우리는 턴을 하고자 하는 순간 보드가 가지고 있는 운동에너지에 비례하여 몸을 기울일 수 있다. 파워존에 머물고 있어 보드가 받고 있는 힘이 충분한 시점에서는 몸을 많이 기울여도 원심력 때문에 몸이 중심을 잃지 않으며. 같은 이치로, 파워존에서 많이 벗어나 보드를 밀어주는 파도의 힘이 약한 구간에서는 몸을 조금만 기울여 얕고 아치가 큰 턴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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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가 힘을 받는 구간에서는 몸을 기울여도 넘어지지 않는다


머리가 복잡해졌을 것이다. 다시 정리해 주겠다.


 1. 턴을 하기 전에 턴을 하기 위한 힘이 있어야 한다. 


 2. 스탠스를 옮긴다. 

(뒷발을 핀 위로, 앞발이 보드의 미드에 있다면 필요에 따라 조금 뒤로)  

 3. 양 팔을 벌리고, 회전하려는 방향의 팔이 수면에 가까워진다는 느낌으로 몸을 기울인다.


 4. 무릎을 이용하여 테일을 누르면서, 반대쪽 레일이 파도의 면에 맞물릴 만큼 충분히 회전한다. 
(시선도 회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5. 원래 턴은 돌아 나오는 것까지가 한 세트이므로 파워존에 도달하면 위 과정을 반복하여 다시 원래 진행 방향으로 돌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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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은 쉽지 않다. 서퍼들은 이렇게 같은 턴의 메커니즘을 공유하면서도 모두 다른 턴을 한다. 머릿속으로 정리된 이론을 몸이 어떻게 얼마나 이해했는지에 따라 턴의 파워도, 정확도도, 화려함도, 스타일도 모두 달라진다. 하지만, 억지로 화려해 보이거나 스타일을 만들어 보려고 애쓰지 말고, 파도의 흐름을 따라가며 전체를 사용하여 성실히 연습하다 보면, 내가 타온 파도 하나하나가 착실히 쌓여 어느덧 나의 고유한 서핑을 만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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