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꿀파도가 전국 방방곡곡을 방문했는데요. 맛있게 파도를 즐기셨나요, 아니면 라인업 갤러리가 되어 남들이 타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만 보셨나요? 저도 붐비는 라인업에 가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주눅 들어 있는 나약한 나 자식 때문에 시무룩할 때가 있답니다.
(파도 좋은 날 인기스팟의 흔한 라인업)
파도에 대한 갈증과 열정이 남들보다 더 크다고 해도, 내가 파도를 못 잡은 지 한 시간이 넘었다고 해도 파도 앞에서는 누구에게 양보를 바랄 수도 받을 수도 없죠. 특히 파도가 좋은 곳에는 서퍼들도 그만큼 많이 모이기 때문에 종종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파도 경쟁을 볼 수 있습니다. 파도가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온 서퍼들 모두 남들만큼 좋은 파도를 잡고 싶은 마음은 같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파도가 늘 간절한 여러분들을 위해 붐비는 라인업에서 파도를 하나라도 더 잡을 수 있는 꿀팁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라인업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 (참고, 킵서핑, feat. 조준희 서퍼)
1. 입수 전 파도를 관찰하세요
파도가 보이면 차에서 내려 바로 허겁지겁 입수를 하고 있지는 않나요? 잠시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파도를 관찰하면 보다 전략적인 서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파도를 관찰할 때는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하세요.
-파도가 깨지는 모양 관찰하기 :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깨지는지 관찰하고, 어떻게 탈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세요.
-조류 읽기 : 입수 전 라인업의 서퍼들이 어느 방향으로 떠내려가는지, 어디로 입수를 해야 체력을 아낄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서퍼 관찰하기 : 서퍼들이 떠있는 위치를 보고, 어떻게 타는지를 보면 자신이 어디쯤에서 타야 할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어요.
2. 파도를 잘못 관찰하고 있지는 않나요?
다른 사람들이 어디서 타는지를 신경 쓰느라 파도를 안보는 경우가 많죠. 오늘의 세트가 들어오는 먼바다에 나가 있다면 그 위치에서 탈 수 있는 파도는 자주 오지도 않을뿐더러 경쟁자도 많을 것입니다. 너무 먼바다에서는 파도를 관찰하기 어렵고 부서진 뒷모습만 보게 됩니다. 파도가 실제로 깨지는 지점의 가까운 곳에서 파도를 관찰해 보세요. 그리고 수심이 얕은 곳에서 자주 깨지는 파도 (일명, 잔잔바리)를 관찰하고 노린다면 훨씬 많은 파도를 잡을 수 있어요.
3. 보드, 파도와 친해지세요!
파도에 대해 이해하면 서프보드가 없이도 맨몸으로 파도를 탈 수가 있습니다. 서핑 할 때 중요한 것은 보드가 아니라 파도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파도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핑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바디서핑, 바디보드, 트윈핀 등에 도전하며 보드와 파도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보세요. 파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라인업에서 어떤 파도를 어느 위치에서 타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생기게 됩니다.
4.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세요.
내면의 평화가 깨지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초조해지며 우왕좌왕하게 될 겁니다. 평일 내내 파도만 기다리며 5-6시간 넘게 운전해서 오는 서퍼, 라인업에서 파도만 한두 시간을 넘게 기다린 서퍼, 각자의 사연이 있는 서퍼들 누구나 자신의 파도를 하나라도 더 타고 싶을 거예요. 그리고 오매불망 기다렸던 파도를 탔는데 드랍을 당했다면 화가 날 수도 있겠죠. 혼자서 파도를 독식하는 욕심쟁이 서퍼를 본다면 꼴 보기 싫은 것도 당연합니다. 파도 잔치가 열려 한 상 차려졌는데 잔칫상의 음식을 혼자 다 먹는다면 당연히 얄미울 수밖에요.
하지만 그동안 우리도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드랍했고, 조용히 참고 나를 양보해 준 서퍼들이 많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깊은 호흡과 함께 이너 피스(Inner peace)를 찾아봅시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내면의 평화를 유지할 때 나의 서핑에도 여유가 찾아올 거예요. 실력이 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자 같은 마인드로 차분한 마음가짐을 갖고 서핑을 즐겨 보세요.
5. 계속 드랍을 당하는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대부분의 드랍은 의도적이지 않지만 만약 내가 당한 드랍이 의도적인 것 같다고 느껴지면 다음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내가 상대한테 실수를 했거나, 모든 파도를 타려고 욕심을 부렸다던가, 가만히 떠있기만 했다던가, 아니면 특별히 무시당할 행동을 했을 수도 있어요. 나에게 기회가 왔을 때 테이크오프를 포기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였다면 다른 서퍼들은 파도가 올 때 내가 당연히 파도를 안잡거나 못잡을 걸로 생각할 겁니다.
라인업에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며 서핑을 해야 합니다. 충분히 기다렸다고 생각하면 파도가 왔을 때 파도의 힘이 가장 센 곳으로 들어가 있는 힘껏 파도를 잡아야 합니다. 나를 무시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세요. 정글의 사자들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과감하게 파도로 들어가세요.
6. 피크와 가까운 곳에서 라인업을 유지하세요.
다른 서퍼들에게 파도를 충분히 양보하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면 피크와 가까운 곳에서 라인업을 유지해야 합니다. 로테이션도 당신이 피크와 가까이 있을 때 타인이 지켜줄 수 있는 매너입니다. 피크와 너무 멀어져 있다면 파도가 오고 당신의 순서라고 할지라도 주변에서 당신이 파도를 잡기 어려울 거라 판단하고 다른 서퍼들이 그 파도를 타고 나갈 겁니다. 로테이션을 원한다면 자신의 순서에 정확한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피크 가까이 라인업을 유지하며 파도를 잡으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7.그래도 안 된다면?
사람이 없는 다른 피크를 노리세요. 물론 파도가 적게 오겠지만 치열한 라인업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파도를 뺏고 뺏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그곳에서 버틸 이유는 없습니다. 사람이 적은 해변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파도가 덜 좋다고 해도 경쟁이 낮아지면 파도를 잡을 확률이 높아지겠죠!
라인업 정글에서 살아남는 꿀팁 어떠셨나요? 마음에 잘 새겨두었다가 다음 파도가 올 때 꼭 실전에서 써먹어 보시길 바랍니다. 모두가 배부르게 파도를 타길 바라며 다음에는 국대선수들의 파도 많이 잡는 꿀팁을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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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킵서핑 '라인업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
관련 링크
- https://youtu.be/RyuUpV2lG6o 456회 연결
- https://youtu.be/ZmofglWFqOc 469회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