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롱보드 튜토리얼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이자 인기 있는 콘텐츠일 것이 거의 확실한 노즈라이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노즈라이딩이란 트림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서프보드의 진행 방향 끝부분, 즉 노즈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며 라이딩을 이어가는 마뉴버를 뜻한다. 다른 장르의 서핑과 롱 보딩을 구분 짓는 가장 특징적인 기술이기도 하며, 난이도 측면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그야말로 ‘롱보딩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프론트 풋의 발가락 다섯 개가 노즈 밖으로 나오는 ‘행파이브(hang five)’, 두 발의 발가락이 모두 노즈 밖으로 나오는 ‘행텐(hang ten)’ , 발뒤꿈치 두 개가 모두 노즈에 걸쳐진 ‘행힐(hang heel)’, 백풋의 발가락이 노즈에 걸쳐지고, 프론트풋은 허공을 차는 ‘킥파이브(kick five)’, 프론트풋은 노즈에 백풋은 보드의 미드에 가깝게 두는 낮은 자세의 행파이브인 ‘치터파이브(cheater five)’ 또는 ‘스트레치 파이브(stretch five)’ 등 파생 기술도 다양하다.
프론트풋은 노즈에 백풋은 보드의 미드에 가깝게 두는
낮은 자세의 행파이브인 ‘치터파이브(cheater five)’ 또는 ‘스트레치 파이브(stretch five)’
서프보드를 판매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레 노즈라이딩을 향한 서퍼들의 열정과 목마름, 그리고 나름의 이해(?) 등을 접하게 되는데, 그 열망의 크기에 놀라게 될 때도 많고, 잘못된 이해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있는 분을 만날 때면 안타까울 때도 적지 않다. 강습과 캠프 등 여러 클리닉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 부분만 추려 정리해 보겠다. 부디 사실과 다르게 이해하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노즈라이딩은 외줄타기와 같은 곡예에 가까운 밸런스 게임이 아니라는 말이다. ‘흔들리는 보드 위에서 얼마나 균형을 잘 잡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흔들리는 보드를 어떻게 하면 흔들리지 않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보드 위에서 스텝을 옮길 때 왜 불안정할까? 보드가 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곧. 보드를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보드의 많은 부분을 물에 잡혀 있도록 해야 하는데, 보드의 노즈를 잡혀 있게 할 수 없으니, 우리가 해야 할 적절한 행동은 보드의 테일을 물이 감싸 쥐도록 조정하는 일일 것이다.
노즈라이딩은 노즈와 테일사이의 시소게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물이 보드를 감싸게 되나? 파도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하다. 우리가 타고 있는 파도에서는 항상 두 가지의 힘이 만나고 있다.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방향의 힘과, 육지에서 바다 방향으로 빨려 올라가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두 힘이 충돌하여 밀고 들어오는 힘이 빨려 올라가는 힘보다 큰 지점에서 깨지기 시작하여, 그 차이가 적은 쪽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 진행 방향으로 펼쳐진 깨지지 않은 파도의 면, 즉 페이스를 우리는 타게 되는 것이다.
보드의 테일이 물에 잡힌다는 것은, 빨려 올라가는 물의 움직임에 의해서 테일을 받치는 힘과 밀고 들어오는 물이 깨지면서 테일 위를 올라타는 두 가지 모두의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우리의 보드가 파도의 브레이크와 가까운 지점, 즉 포켓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노즈에서 얼마나 안정적인가?”에 대한 질문은 다시 말해, “테일에 얼마큼의 물이 올라타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테일에서 물이 눌러주고 있는 만큼 반대쪽의 우리 몸이 가라앉지 않는 시소 위의 밸런스 게임, 그것이 바로 노즈라이딩의 원리이다.
테일에서 안정적인 테이크오프를 했다면 이제 걸음을 옮겨보자. 발을 엇갈려 걷는 크로스 스테핑(cross-stepping)이 불안정하거나 어색하다면 두발을 동시에 옮기는 셔플(shuffle)도 무방하나, 모양새가 우아하지 못하고, 습관이 되면 고치기 힘드니 가급적이면 크로스 스텝을 연습하기를 권장한다. 사실 첫 두 스텝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왜?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테일에서 테이크오프를 했다는 가정하에서 두 발짝을 가면 보드의 가장 두껍고, 볼륨이 가장 많은 미드에 위치하게 되는데, 진행 중인 보드에서는 미드로 스탠스를 옮겼을 때 가라앉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만, 우리가 이러한 동작을 취하는 동안 보드는 밑에서 받치는 힘 때문에 파도의 탑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첫 스텝을 시작하는 지점이 너무 탑에 가까우면, 나머지 노즈까지 가는 스텝을 옮길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스텝을 옮기기 전 첫 바텀 턴 은 충분히 깊은 곳에서 시작해야 유리하다.
이제 노즈까지 두 발짝이 남았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이 구간을 넘어가는 것이 참 어렵다. 두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두 발짝을 움직여 미드에 선 채로 남은 두 발을 언제 갈지 고민을 길게 할수록 노즈까지 갈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없어진다. 이유는 앞에서 이미 설명했다. 우리가 미드에 선 채 남은 두 발을 언제 옮길지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은, 테이크오프 후 첫 두 발을 옮길 때에 비해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하다. 첫 두발은 테일에 서있어 속도가 조절되고 있는 상황에서 웬만하면 가라앉지 않는 미드로 옮기는 두발이므로 대부분 쉽게 극복하지만, 남은 두발은 미드에 서있어 빠른 속도로 포켓에서 숄더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노즈가 가라앉아 라이딩이 끝날지 모르는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고 디뎌야 하는 두발이다. 게다가 진짜 노즈까지 걸어가도 되는 타이밍은 내 눈앞에 보이는 노즈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이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심정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발을 떼야 하기 때문에,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망설이게 된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망설이면 안 된다. 망설이느니 두 발을 다시 돌아가 보드를 돌려 포켓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다음 기회를 노려라. ‘가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노즈에 발가락이 정확히 안 걸려도 좋다. 한 뼘이 남아도 좋고, 더 남아도 괜찮으니 노즈에 발을 옮겨보자. 안 가라앉는 느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조금씩 더 노즈와의 거리를 좁혀나가면 된다.
(포스텝이 익숙해지고 노즈에 거의 다 왔는데도 남은 5cm가 좁혀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몇몇 튜토리얼 영상에서 그만큼 짧은 보드를 타면 해결된다고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아무런 근거도 없고, 틀린 솔루션이다. 그 남은 5cm는 10피트를 타도, 9피트를 타도 항상 정확히 그만큼 남는다. 그만큼이 남는 이유는 미드에서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져 숄더로 보드가 더 빠져나가 테일에 올라탄 물의 양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숙련된 서퍼의 경우 이러한 변화를 몸이 감지해, 자신도 모르게 노즈가 안 가라앉는 지점까지만 발을 뻗게 된다. 올바른 솔루션은 노즈가 좀 더 떠있는, 즉 깊은 포켓에서 노즈라이딩을 시도하는 것뿐이다.)
물론 내 스타일과 실력에 맞는 서프보드를 잘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노즈라이딩의 원리를 상기해보자. 노즈라이딩은 우리의 균형감각에만 의존한 기술이 아니라고 했다. 따라서 흔들리지 않는 서프보드라는 것은 노즈라이딩을 연습하기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 스타일이 아니다. 싱글핀 롱보드를 만드는 브랜드라면 노즈라이더라는 이름의 모델을 공통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보드들은 물이 테일을 많이 감싸도록 하면서도, 넓고 두꺼운 노즈를 갖추어 노즈라이딩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이러한 특징들은 사실 턴을 둔하고 무겁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정확한 타이밍을 찾아가는데 족쇄가 되기도 한다. 비기너에게 추천하는 보드는 나에게 딱 맞는 볼륨을 가지고 있으면서, 노즈의 너비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며 (18’ 정도), 테일의 로커나 쉐잎이 턴에 최적화되어 있는 올라운더 스타일이다. 노즈에 빨리 가고 싶다고, 노즈와 전체적인 아웃라인의 너비가 필요 이상으로 넓은 보드, 또는 다루기 힘든 클래식 스타일의 노즈라이더를 찾는 것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처음 연습할 때일수록 보드의 부력에 의존하기보다 정확한 타이밍을 찾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다.
노즈라이딩은 분명 매력적인 기술이다. 내가 분석한 파도와 내 몸의 밸런스가 톱니바퀴처럼 들어맞아, 노즈아래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그 쾌감은 이 움직이기 버거운 큰 서프보드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 모든 서핑을 노즈라이딩을 위해서만 한다면 그 역시 내가 누릴 수 있는 서핑의 즐거움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서핑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림과 글라이드를 모두 버리고, 포켓 안에서만 머물기 위해 속도를 죽이고, 남은 파도를 버리고, 노즈에 도달했냐 안했냐만 머릿속에 가득한 서핑은 노즈라이딩을 못하던 시절 파도를 가로지르며 탄성을 지르던 그 원시적인 서핑보다 발전했다고 할 수 없다. 가장 완벽한 서핑은 내가 올라탄 파도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서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때로는 복잡한 기술 따윈 잊고 가만히 서서 파도가 주는 힘을 느껴보고, 자연과의 일체감에 경탄하는 서핑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감히 추천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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