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파도 차트를 확인하고 새벽 5시에 눈을 떠 바다로 나갔는데요. 새벽 여섯시에 주차장과 라인업이 꽉 채워져 한 파도에 대여섯 명이 동시에 패들을 하고 있었지 뭐예요. 서둘러 다른 해변으로 옮겨 보다 여유로운 서핑을 즐기긴 했지만, 한국 사람들의 서핑 열정에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Dawn patrol(직역: 새벽 정찰)라고도 불리는 이른 새벽의 서핑은 일반적으로 오전 4시에서 7시 사이에 파도를 체크하고 타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핑뿐만 아니라 스키, 스노보드, 등산 등과 같은 야외 스포츠에서도 일출 전에 이러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곤 하죠. 한국 서퍼들만 서핑을 무지 좋아해서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 서핑을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서퍼들이 동 트기도 전에 바다로 나가 서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잔잔한 바람 : 새벽에는 바람이 약하거나 거의 없어서 파도 면이 깨끗할 확률이 높습니다. 육지와 바다의 온도차가 작아지기 때문인데요.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육지가 빠르게 달아오르면 바람이 생겨서 파도의 면이 지저분해질 수도 있어요.
2. 한적한 라인업 : 새벽에는 일반적으로 낮 시간 보다 바다 위에 떠있는 서퍼가 적어서 파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적고, 보다 여유롭게 서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호주에 서핑트립을 갔을 때 낮시간에는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비는 서핑스팟이 있었거든요. 그런 곳은 특히나 새벽을 노려야 하더라고요.
3. 물때의 영향 :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조수(=물때, 밀물 썰물)의 변화는 파도의 좋고 나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한 지역에 두 번씩 일어나므로 새벽 시간에 최적의 물때라면 일찍 일어나서 서핑을 해야겠죠.
4. 고요한 분위기 :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고요한 자연 속에서 명상과 가까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지난주 제가 찾았던 해변처럼 사람이 넘쳐난다면 고요함은 어렵겠지만요.) 한적한 해변을 찾았다면 분명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나에게 집중하는 평화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5. 출근 전 에너지 충전 : 도시에서도 출근 전에 러닝, 수영, 요가 등과 같은 새벽 운동을 즐기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새벽 서핑 역시 출근 시간을 지키기 위해 새벽 시간을 이용하는 거죠.
저 역시 서핑을 시작하고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파도를 매일 만날 수 없다 보니 파도가 오는 날 최상의 컨디션으로 맞이해야 하거든요. 잠꾸러기도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서핑, 정말 언제까지 재밌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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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Surfer Today - Dawn patrol: from World War I origins to surf culture
https://www.surfertoday.com/surfing/dawn-patrol-from-world-war-i-origins-to-surf-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