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끝난 벨스비치 프로 모두 즐겁게 보셨나요? 이번 벨스비치 프로에서는 이벤트 경기로 Heritage Heat가 열렸는데요. 세계적으로 많은 서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레전드 서퍼 미국의 톰 커렌(Tom curren, 64년생)과 호주의 마크 오킬루포(Mark Occhiluupo, 66년생)의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여전한 스타일과 카리스마로 파도를 제압하는 이들의 경기에 팬들은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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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VS 오키의 벨스비치 헤리티지 히트 경기, 이미지를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동>


이 두 전설이 누구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살짝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톰 커렌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출신으로 월드챔피언 3회를 차지하며 서퍼로 캘리 슬레이터 이전 통산 최다 우승을 기록한 서퍼입니다. 현대의 많은 서퍼들이 그의 부드러운 스타일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지요. 저는 이 위대한 레전드의 이름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특히 팬데믹 기간 중 립컬에서 제작한 Free Scrubber 영상을 보고 나서 더 찐하게 입덕하게 되었는데요. 시작 40초 만에 톰 형에게 러브 다이브 당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보고 또 보게 만드는 최애영상이랍니다. 톰 형님의 천진난만함과 미친 스타일의 질주가 동시에 담겨 있어 나도 꼭 저렇게 늙어야지 다짐하게 만드는 영상, 아직도 못보셨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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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커렌 입덕영상 제발 봐주세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동>


함께 경기를 치른 마크 오킬루포는 ‘성난 황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과 터프한 라이딩을 선보이는 구피풋의 호주 레전드 서퍼인데요. 애칭으로 ‘오키’라고 불려서 한국 사람인 저에게는 긍정의 아이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아재개그?하하) 불과 5년 전인 2019년에는 월드투어 무대에 데뷔한지 35년이 지났음에도 WSL QS에 참가하며 후배들과의 승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빌라봉 50주년 기념 영상에서 오키는 그가 16세 때부터 톰 커렌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톰 커렌처럼 서핑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톰을 영웅으로 동경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꽤 오랜 시간 라이벌로 경쟁해왔어요. 10대 때부터 이어진 그들의 인연은 반 백년을 뛰어 넘어 이날의 이벤트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2019년에 이어 4년만에 다시 벨스비치에서 후배들 앞에 서있는 그들의 경기는 분명 경쟁이고, 스포츠였지만 저에게는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하게 다가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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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WSL CT 후 트레슬 RIPCURL 사인회에서 만난 레전드이자 서윗가이 Tom Curren, 15:07에 등장하는 레전드 앞에 주접 떠는 게 접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동>


톰 커렌의 라이딩을 스토리에 올렸던 날 많은 분들께 하트와 디엠을 받았습니다. ‘나 역시 톰처럼 오래오래 서핑을 하고 싶다.’ 는 희망 섞인 다짐들을 공유해 주셨어요.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기에 언젠가 반드시 도착하고 마는 미래라면 그들과 같은 모습이기를 바라는 것이겠죠. 며칠 전 남편에게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했어요. ‘한국 사람이라면 늙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할 것이다.’ 단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속도에 뒤쳐지는 것을 공포로 여기는 인식들에 스스로를 슬퍼하거나 허둥지둥할 때 있잖아요. 톰과 오키의 라이딩은 분명 지금 투어를 뛰고 있는 선수들과 에너지는 달랐지만 그들만이 갖고 있는 연륜과 여유로움을 보여주면서 '늙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아쉬움을 기대와 확신으로 바꿔주는 자극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캘리포니아 서핑트립을 갔을 때 톰과 오키보다 열 댓살은 훌쩍 넘은 올드맨 서퍼들과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동도 트기 전부터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 성큼성큼 준비하던 그들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고 인터뷰를 하면서 서핑을 오래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많은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저 막연히 서핑을 오래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덤으로 인생에 대한 통찰까지 얻었던 경험이었죠. 두 레전드의 경기를 보며 라인업을 여유와 미소로 가득 채우던 그분들이 떠올라 링크를 걸어두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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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산다 것은 늙는다 같은 맥락인 같습니다. 지금 오는 파도를 성실하게 즐기다 보면 어느새 톰과 오키처럼, 캘리포니아의 올드맨스처럼 70 되고 80 되어도 건강하게 라인업에서 다같이 만날 있지 않을까요?



<참고> 

위키피디아

The Definitive Years of Mark Occhilupo | 50 Years of Billa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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