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정말 좋은데 날씨도 따뜻하고 심지어 라인업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두 마리도 아닌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과연 가능한 걸까요? 강원도 양양에 거주하며 서핑을 즐기는 저로서는 거의 일 년 내내 풀슈트를 입고 서핑을 하게 되다 보니,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하는 서프트립을 계획할 때 아무래도 1순위가 제 몸을 감싸는 이 두터운 고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스팟 위주로 찾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 스태브 매거진 STAB MAG 기사에 팀 오닐 소속 서퍼 3인방(노아 웨그리치, 로비 맥코르믹, 이안 크레인)이 서핑하는 영상을 보면 우리나라 겨울 서핑과 유사한 슈트 차림이지만 파도는 사람들이 속히 말하는 월드클래스 웨이브이더라고요. 물론 제가 그런 파도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이면 라인업에 최소 2-3명은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영상에 보시다시피 매우 한산합니다. 그리고 참고로 이곳은 칠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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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바로보기 : https://youtu.be/P7_qIUYkHmA >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하는 서프트립.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해외여행 가서 서핑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알 사람들은 알지요. “여행”과 “서프트립”의 목적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요. 개인적으로 저에게 있어서 서프트립의 가장 큰 목적은 “정해진 휴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이 서핑할 수 있는냐”입니다. 그리고 여행은 서핑을 하고 남은 시간에 할 수 있으면 하는 ‘덤’ 이랄까요. 그래서 이 영상을 보며 문뜩 생각하게 되었죠. 내 목적이 그러하다면 말 그대로 일 년에 한번 갈까 말까하는 서프트립을 계획할 때 굳이 붐비는 라인업일 확률이 높은 ‘트로피칼 서핑 데스티네이션’ 적도 근처의 따뜻한 서프 스팟을 굳이 고집하는 게 최선인 걸까?



'트로피칼 서핑 데스티네이션'

적도 근처의 따뜻한 서프 스팟을

굳이, 고집하는 게 최선인 걸까? 



이 영상과 함께 스태브 매거진에 올라온 기사에서 명시된 것 처럼 3가지 방안이 있을 것 같아요. 하나, 99%의 서퍼들이 모르는 시크릿 스팟을 알고 있거나. 둘, 사람들이 알아도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져 가기 쉽지 않은 곳 이거나. 셋, 서프트립에 웻슈트를 챙긴다. 결론적으로 월드클래스 파도에 붐비지 않은 라인업을 찾고 있다면 결국 따뜻한 수온을 포기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장 덜 매력적인 옵션처럼 보이지만, 또 잘 생각해보면 거의 일 년 내내 풀슈트를 입고 서핑하는 게 익숙한 우리는 풀슈트를 입고 서핑하는 게 이미 디폴트 값이잖아요? 이미 익숙한 차림새로 서핑할 것을 감안하고 트립을 계획한다면 - 파도는 좋고. 사람은 없고. 덕분에 더 많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그리하지 않을 이유가 또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그저 서핑이 너무 좋은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프로 서퍼들도 잘 모를 1%의 시크릿 스팟을 알 일은 없을 테이고요. 서핑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다 올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 트립이 끝나면 다시 일상에 복귀해야 할 나를 생각하면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여행지는 ‘굳이’ 고민 되는 게 현실 같아요.


그렇다면 이제 드는 생각이 그런 나라 또는 서프 스팟은 어디일까요? 겨울서핑을 검색하면 알래스카에서 아이슬란드까지 정말 다양한 곳들이 있더라고요. 아무리 풀슈트 입는 게 거부감이 없다고 해도. 수온 다 감안한다고 해도 그런 극한의 추위는 사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온은 한국보다 따뜻하고 수온만 조금 감안한다면 충분히 좋은 파도와 한산한 라인업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두 곳 있어요! 참고로 이 두 곳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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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뉴질랜드 뉴플리머스 타라나키>


이번 겨울 뉴질랜드로 트립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이 굉장히 싫어할 수도 있지만, 첫 번째 스팟은 '뉴질랜드'입니다. 한국이 겨울일 때 호주와 뉴질랜드는 반대로 여름이라 기온이 매우 따뜻합니다. 서핑하면 보통 호주를 많이들 생각하는데, 뉴질랜드도 호주 못지않게 일 년 내내 파도가 훌륭합니다. 


대체로 남섬보다 북섬이 뉴질랜드 여름철에 더 적합하며 평균 15도 내외로 오클랜드 근방 해변은 따뜻할 때 섭씨 19도까지도 수온이 올라간다고 해요. 뉴질랜드 북섬을 두고 동쪽 그리고 서쪽 코스트라인 모두 파도가 좋기로 유명한 스팟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 아히파라 Ahipara, 피하 Piha, 타라나키 Taranaki 등 서쪽 코스트라인에 뉴질랜드 하면 조금 더 알려진 많은 스팟들이 위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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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포르투갈 에리세이라>


두 번째 추천지는 '포르투갈'입니다. 포르투갈도 한국의 동해처럼 가을 겨울철에 스웰이 올라와 더 자주 그리고 꾸준히 파도가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런 표현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데요, 포르투갈 리스본에 살면서 서핑하는 친구에 의하면 365일 중 350일은 서핑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다양한 지형의 해변을 보유하고 있는 포르투갈도 일 년 내내 서핑 할 수 있고, 모든 레벨에 맞는 다양한 스팟이 있어 유럽인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서프 데스티네이션 중 하나입니다.


사실 저는 올해 9월 포르투갈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리스본에 일주일 그리고 에리세이라라는 작은 마을에 2주 정도 있었어요. 유럽 여행하기에는 9월 날씨가 좋다는 말은 익히 들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포르투갈의 저렴한 물가에 한 번 놀라고, 또 정말 다양한 서프 스팟에 놀랐어요. 리스본 시내에서 페리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Costa Caparica 코스타 카파리카 라는 해변은 거이 30km 펼쳐진 모래 해변에 모든 레벨을 위한 다양한 스팟이 있습니다.


에리세이라는 유럽의 Surf Capital 서핑 수도라는 말이 있을 만큼 8km의 해변에 다양한 지형의 포인트가 있고 또 양양처럼 작은 시골 어촌마을이 서핑으로 다시 관심을 받게 되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시작했다고 해요. 바람의 영향을 받는 날들도 있었지만 2주 동안 10일은 좋은 파도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서핑을 하지 않는 날에는 이 아기자기한 마을을 탐방하는 또 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죠. 에리세이라의 수온은 9월 평균 19도에서 가장 추운 3월은 평균 15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온이 제가 거주하고 있는 강원도 양양의 겨울보다는 훨씬 따뜻한 것을 감안하면, 겨울 슈트 챙겨가서 한산한 라인업과 월드클래스 파도를 즐기기에 충분할 것 같아요.



'파도 좋고, 붐비지 않는 서핑트립을 즐기려면'

하나, 99%의 서퍼들이 모르는 

시크릿 스팟을 알고 있거나. 

둘,  사람들이 알아도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져

가기 쉽지 않은 곳 이거나. 

셋,  서프트립에 웻슈트를 챙긴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해외 서프트립을 계획하고 계실 분들이 계실 텐데요. 하와이, 발리, 바이런 베이. 물론 너무 좋지요. 하지만 붐비는 라인업이 자신 없고 조금 한산한 곳을 찾고 계신다면 슈트 챙겨가는 - 한번 생각해 보세요.






참고문헌 : 스태브 매거진 STAB MAG : 10월 24일 “Surf Trip Hack: Avoid The Equator”

링크) https://stabmag.com/features/3-major-league-aerialists-atone-for-high-treason-in-tierra-del-fu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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