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SL(월드서프리그) 챔피언십 투어의 막이 올랐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의 예선전과도 다름없는 2023 시즌은 그만큼 더욱 뜨겁고 치열한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 시작을 알리는 Billabong Pro Pipeline(이하 파이프라인)이 현지시간으로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치러질 예정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대회를 좀 더 흥미롭게 즐기실 수 있도록 몇 가지 관련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지역에 대한 이해 : 반자이 파이프라인(Banzai Pipeline, Oahu, Hawaii)
하와이 오아후 섬의 에후카이 해변 공원 북쪽 해안에 위치한 서핑 스팟으로 겨울 시즌 밀려오는 파도가 해안의 얕은 암초에 부딪히면서 길고 거대한 배럴(파도 동굴)이 만들어집니다. 숙련된 서퍼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라이딩을 하다가 거대한 물보라와 함께 파도 동굴 밖으로 나오는 위험천만하면서도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짜릿한 라이딩을 선보이는 곳인데요. 서퍼들에게 상징적인 이곳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대회의 역사는 무려 50년 가까이 됩니다. 크고 날카로운 파도에 깔려 암초에 부딪히면서 매년 수많은 보드 반파와 인명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몇몇의 선수들은 안전을 위한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출전하기도 합니다.
이곳의 파도에는 깨지는 방향에 따라 이름이 있습니다. 레프트 파도(해변에서 관람하는 사람 기준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깨지는)는 '파이프라인', 그와 동시에 A프레임 반대 방향에서 라이트로 깨지는 파도는 '백도어(Backdoor)'로 불립니다. 이상적인 에이프레임 파도가 깨진다면 한 파도에 두 선수가 양 방향으로 동시에 라이딩을 하는 모습도 경기에서 종종 볼 수 있죠.
2. 배럴 라이딩의 채점 방식에 대한 이해
배럴 라이딩은 서핑 기술의 정점이자 대중들에게 서핑을 이해시키는 간판 기술입니다. 파이프라인에서는 대부분의 라이딩이 배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배럴에 대한 채점 방식을 미리 숙지해 둔다면 선수들의 라이딩에 점수를 매겨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거예요.
얼마나 큰 파도를 탔는가(How big the wave is)
큰 파도를 타는 것은 서퍼가 파도를 선택하는 노련함,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치, 그리고 약간의 운이 관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서핑 경기에서는 아무리 자신의 랭킹이 높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오래 서핑을 해온 로컬 선수의 출전에 긴장을 하기 마련이죠. 이에 대한 확실한 예시는 작년 파이프라인 마스터 여성 우승자인 모아나 존스 웡(Moana Jones Wong)이 보여주었습니다. 하와이 출신의 그녀는 와일드카드(경기 지역에 제공되는 출전권)로 참가하여 2022 CT 첫 경기인 파이프라인 프로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로컬의 짬바를 널리 알렸죠.
얼마나 깊게 파도 안에 있었는가(How deep you are in the barrel)
파도 안에 깊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파도의 가장 날이 선 지점에서 테이크오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테이크오프를 실패할 경우 와이프아웃의 여파도 크기 때문에 굉장한 용기와 실력이 평가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 그 안에 머물렀는가(How long you spend inside it)
파도의 속도를 이해하고 자신의 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영역입니다. 너무 빨리 내달리면 금방 파도 동굴 밖으로 벗어나 버릴 것이고, 너무 늑장을 부리면 파도 동굴에 갇혀 거품과 함께 암초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말겠죠. 손을 파도 벽에 갖다 대어 속도를 낮추고, 보드 위에 주저앉거나 발 위치를 트랙션 패드 앞으로 당겨 속도를 높이는 모습 등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래에 링크된 참고 영상을 미리 예습하시면, 곧 시작되는 파이프라인의 점수들이 좀 더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추가로 링크를 걸어둔 '역대 파이프라인에서 10점(최고점)을 받은 라이딩 모음'을 미리 보고 이번 파이프라인 경기 시청을 시작한다면 더 재밌을지도?
(위의 사진을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3.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는?
<남자>
언급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식상하지만 파이프라인에서만 여덟 번을 우승한 이분을 어떻게 빼놓을 수 있겠습니까. 열한 번의 월드 챔피언을 거머쥔 살아있는 서핑 레전드. 50세가 되던 작년, 파이프라인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지치지 않는 노장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그를, 서핑 팬이자 함께 늙어가고 있는 처지라면 누구나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요.
지난 시즌의 부상을 딛고 다시 CT로 복귀한 하와이 출신의 서핑 천재 존존 플로렌스. 정말 많은 팬들이 작년 12월 할레이와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펼친 그에게 환호했었죠. 우아한 여유로움으로 가볍게 배럴을 따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팬들을 종종 파이프라인이 '나도 탈 만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트리곤 하는데.. 절대 함부로 따라 하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2022시즌 CT를 잠시 떠났던 월드 챔피언 3회에 빛나는 가브리엘 메디나가 돌아왔습니다. 화려한 실력만큼 극강의 승부욕으로 매 시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핑신의 악동인데요.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또 어떤 이슈의 중심에 설지 주목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처음 CT에 참가하게 된 인도네시아 발리 출신의 서퍼 리오 와이다가 파이프라인에 섰습니다. 발리로 서핑 트립을 많이 다니는 한국 서퍼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일 것 같은데요. 저 역시 6-7년 전 지역 대회부터 WSL QS 등 각종 대회를 휩쓸며 폭풍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도 하고, 또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응원하고 싶은 선수입니다.
이들뿐 아니라 홈 어드벤티지를 무시할 수 없는 경기이니만큼 하와이 출신 선수들(Seth Moniz, Ezekiel Lau, Joshua Moniz, Barron Mamiya 등)의 폭발하는 기량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자>
앞서 잠시 등장했지만, 2022년 와일드카드로 경기에 출전하자마자 우승을 거머쥔 무서운 하와이 로컬선수입니다. 2022 파이프라인 파이널에서 철옹성같았던 월드 챔피언 칼리사 무어를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이겼는데요. 과연, 올해도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는 그녀가 작년에 이어 우승을 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특히 이번 대회 첫 라운드에서 작년 월드챔피언인 호주의 스테파니 길모어와 같은 히트(heat3)에서 붙게 되어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8세의 나이로 이번 시즌 최연소이자 CT에 첫 출전하는 루키입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파워풀한 라이딩으로 미국 US open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거침없이 올라오면서 느슨해진 여성 CT 라인업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얼굴들뿐만 아니라 기존 무림의 강호들도 당연히 주목해야겠지요. 월드 챔피언 6회가 빛나는 하와이 출신의 칼리사 무어(Carissa Moore)는 4강까지는 거뜬히 올라갈 거라 예상하고요. 그에 못지않은 타이틀을 갖고 있는 2022 월드 챔피언 호주의 스테파니 길모어(Stephanie Gilmore) 역시 주목해야 할 선수입니다. 늘 챔피언의 근처에서 서성이는 브라질의 타티아나 웨스턴 웹(Tatiana Weston-Webb)은 하와이에서 성장하며 서핑 커리어를 쌓아온 만큼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기대를 하게 만드는 선수입니다.
여러분이 응원하고 있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이번 파이프라인에서 또 얼마나 입이 벌어지는 라이딩의 향연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설레는데요. 파이프라인을 시작으로 올해도 세계적인 파도 위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챔피언십 투어를 함께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Bilabong Pro Pipline 경기는 WSL 홈페이지 및 WSL Youtube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올림픽 공식홈페이지 : https://olympics.com/en/news/2023-wsl-championship-tour-preview-schedule-
위키피디아 : https://en.wikipedia.org/wiki/Banzai_Pipeline
WSL Youtube : https://youtu.be/En6D42ESokw
WSL Instagram : https://instagram.com/wsl?igshid=YmMyMTA2M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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